“잠깐 신천지에 갔던 것… 이제 안 간답니다” 모략 멘트 주의
코로나19 이후 신천지 대책을 말한다 <7>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전국 대학부장이었던 박수진씨(앞줄 왼쪽 네 번째)가 지난 8월 서울 금천구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현욱 목사(앞줄 가운데) 등 이단 전문가와 함께했다. 국민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이만희 교주와 속임수 포교방법, 교세 등이 비교적 상세히 보도됐다. 방역 당국에서는 신천지에 신도명단과 교육장소 현황을 요구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신천지는 당황했고 자료 제출을 주저하다 방역 당국에 축소된 거짓 자료를 제출했다. 신천지가 신도명단과 교육 장소 공개를 얼마나 꺼렸는지를 알 수 있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신천지가 지금까지 유지·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폐쇄적 운영에 있다. 내부적으로는 신도들을 신천지의 실체를 폭로하는 각종 정보로부터 차단한다. 그들은 인터넷을 먹지 말아야 할 선악과에 비유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은 마치 선악과를 따먹는 것과 같은 범죄행위이며 자살행위라고 겁박한다.
그런다고 진짜 안볼까 하지만 대부분은 순종하며 검색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 순종하는 신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중 명령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먹는 신도들도 있다. 대부분은 탈퇴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그들이 말하는 선악과는 먹으면 죽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리는 생명과인 셈이다. 예년에도 신천지 탈퇴자가 한 해 평균 5000명을 넘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 수는 훨씬 많아졌다. 그들 대부분의 탈퇴 계기가 유튜브를 통해 신천지의 실체를 알리는 영상을 접한 것이다.
그중 가장 큰 충격을 준 영상은 교주의 내연녀였던 ‘김남희 양심선언’이라고 탈퇴자들은 이구동성 말한다. 신천지도 이 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다. 신천지의 장벽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고, 신천지 신도들은 점점 더 우물 안의 개구리가 돼 간다.
대외적으론 철저히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활동한다. 심지어 가까운 가족과 친구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그 결과 과거 신천지 신도 중 가족들이 알고 있는 경우는 20~30%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를 통해 가정과 직장에서, 친구 등 지인이 많이 알게 됐다. 특히 가정에서 신천지 신도임이 드러난 경우가 많다. 직장은 그만두고 친구는 단절하면 된다. 그러나 가족과 문제는 다르다. 코로나19를 통해 부모, 배우자, 자녀가 신천지에 빠졌음을 알게 된 가족은 큰 충격을 받았다.
놀란 가족은 이곳저곳 도움받을 곳을 수소문했다.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린 곳이 이단상담소였다. 당시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구리상담소에도 하루 수백 통의 상담 전화가 폭주했다. 코로나로 인해 방문 상담은 안 되고 상담 예약만 가능했다. 방문이 가능해지고 예약된 시간이 됐지만, 방문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방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가족들은 이렇게 답했다.
박씨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4월 기준 신천지 신도 탈퇴율이 3% 수준이라고 밝히는 장면. 국민일보DB
“이제 가지 않는답니다. 안 그래도 가지 않으려던 참이었답니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신천지가 잘못된 곳임을 알았다고 합니다. 오래되지 않았고 잠깐 갔던 것일 뿐이라고 합니다. 친구에게 속아서 신천지인 줄도 모르고 한 번 갔을 뿐인데 자기 이름이 그곳에 올라갔는지 몰랐답니다. 실제로 요즘 꼼짝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것을 보니 나온 것 같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예배도 참석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대답은 신천지의 소위 모략멘트다. 이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 된다. 신천지는 현재 공식 예배나 모임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집을 비우는 일이 예전 같지 않다. 가족들을 속이기에 적당한 상황이다.
물론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탈퇴자들이 예전보다 늘어난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니 검증과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가 수년이 지난 후에 상담소를 방문하는 사례가 많다.
신천지는 사악한 반면 피해자들은 늘 순진하다. 신천지를 잘 안다고 하면서도 그 악함의 끝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래서 속고 또 분개하고 또 속는다. 부모들은 신천지에 빠지기 전 자녀의 모습으로만 판단한다.
신천지에 빠져 교리에 중독된 영적 환자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어쩌면 믿어진다기보다는 믿고 싶은 마음인지 모른다. 가족들이 더욱 지혜롭고 냉정해야 한다. 중독 환자를 설득해서 고칠 수는 없다. 자신이 중독 환자라는 사실을 자각했다고 그것이 곧 완치를 의미하진 않는다.
모든 중독 환자에게 일정 기간 약물과 상담을 통한 치료와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듯이 이단에 빠졌던 피해자들도 일정 기간의 상담과 교육이 필요하다. 일단 가족 중 누가 신천지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된 것만도 다행이다.
나아가 신천지를 탈퇴하겠다고 한다면 감사한 일이다. 여기서 그치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자연스레 권해보자. “이제 안 간다고 하니 정말 고맙다. 그래도 신천지가 워낙 거짓말을 잘한다고 하니 우리는 마음이 불안하다. 그리고 몇 년간 배운 교리나 사상이 쉽게 지워지겠니. 전문상담소에 가서 한 번만 상담을 받아보면 좋겠다.”
점검과 확인 없이 마음 편치 않은 채 시간 보내지 않기를 권한다. 단, 상담소에 간다고 하면 탈퇴자가 원하는 상담소는 절대 피해야 한다. 신천지에서 가도 되는 상담소와 절대 가서는 안 되는 상담소를 구분해 교육하기 때문이다. 공신력 있는 상담소가 탈퇴의 진위를 진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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