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섹스와 젠더는 어떻게 다른가
젠더 이슈 똑바로 알기 <3>
젠더(gender) 관련 논의를 하기 전 용어 의미를 확실히 해야 한다. 젠더에 대해 우리 말 번역으로 성별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성과 성별이 어떻게 다른지 알기 어렵다.
영어권에서도 섹스(sex)와 젠더가 혼용되면서 혼란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성과 젠더 사이에는 숨은 의미와 배경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이 차이를 알고 젠더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
원래 인간사회에 성이라는 개념 하나만 있었다. 이전에는 성이라는 말로 충분히 성에 대해 표현할 수 있었다. 젠더라는 말은 따로 필요 없었다. 즉 성정체성, 성적 표현, 성 역할, 성 평등, 성전환, 성 문화, 성의 역사, 성과 종교, 성정치 등에서 성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성(섹스)을 대신해 젠더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즉 젠더 정체성, 젠더 표현, 젠더 역할, 젠더 평등, 젠더 확인 등이다. 정신의학에서 트랜스젠더는 원래 성정체성 장애였는데 젠더라는 말이 학계에서 사용되면서 젠더 정체성 장애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젠더 불쾌증으로 바뀌었다.
젠더 불쾌증이란 남자가 자신의 몸이 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또는 여자가 자신의 몸이 남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불쾌하게 느낀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로는 ‘망상’에 가깝다.
2019년 개정된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 제11판에서는 젠더 불쾌증은 젠더비순응(gender non-conforming)으로 바뀌었다. 이제 제3의 젠더, 젠더주류화, 젠더이데올로기 같은 용어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 용어는 절대로 제3의 성, 성주류화, 성이데올로기 등으로 바꿔 말할 수 없다. 그 정도로 새로운 ‘사회정치적’ 개념이다.
트랜스젠더라고 부르는 상태는 두 가지다. 남자가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경우를 트랜스 여자, 여자가 남자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경우를 트랜스 남자라고 부른다. 이는 정체성이 반대로 돼도 어차피 남자 아니면 여자니까 이원성 젠더(binary gender)라고 한다.
근래에 남녀라는 이원적이 아닌 젠더정체성이 출현하고 있는데 이를 통틀어 비이원성젠더(non-binary gender)라 한다. 통상적으로 젠더퀴어라고 한다. 젠더퀴어는 현재 수십개가 알려지고 있다. 비이성애(non-heterosexuality)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동성애와 양성애를 포함해 무성애, 다성애, 범성애, 젠더퀴어와 성행위를 하는 성애(skoliosexuality) 등 수십개가 포함된다.
이런 젠더퀴어와 비이성애들을 합쳐 퀴어(queer)라고 부른다. 이들이 바로 현대사회가 말하는 소위 성소수자들이다. 이들에 관한 연구를 퀴어학이라 하고 이를 옹호하는 이론을 퀴어이론이라 한다. 심지어 신학에도 퀴어를 옹호하는 신학이 있는데 이를 퀴어신학이라 한다.
이제 성이라는 말은 생물학적 개념이 내포된 경우나 성행위에 관련된 경우에 한정돼 사용된다. 즉 성기능, 성반응, 성기능장애, 성중독, 동성애, 성적 지남, 성도착, 성적 쾌감 등등. 이에 비해 젠더는 성에 관련된 사회문화적 의미에서, 나아가 정치적 의미에서 사용된다. 성정치라는 말은 젠더와 관련된 정치를 말하므로 젠더정치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웬만한 전문가 아니면 이런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지식인도 섹스(성)와 젠더의 차이를 모른 채 무분별하게 혼용하다 보니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사회의 엘리트들이 젠더를 사용하니까 그런 것이 진보인가 보다, 또는 무식해서 잘 모르니까 그들이 말하는 대로 따라가야 하나 보다고 생각한다.
젠더라는 말은 현대사회의 혼란된 성문화를 대변한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말이 등장할지 모를 지경이다. 그리고 그런 혼란을 틈타 또 무슨 왜곡된 성윤리가 등장해 사람들을 미혹시킬지 모른다.
이런 변화는 크리스천이 보기에 하나님께서 인간을 남녀로 창조하셨다는 창조 섭리를 부인하는 것이다. 당연히 젠더개념에는 자연적, 과학적, 생물학적 내지 의학적 근거가 없다.
젠더는 사회적 구성주의라는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에 근거해 만들어진 말이다. 크리스천은 상황에 따라 젠더라는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남녀 양성의 의미에서 사용해야 한다.
민성길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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