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일곱 교회 중 세 번째 교회인 버가모 교회에 대한 예수님의 편지이다. 먼저 이 버가모 도시는 외적으로는 화려하고 정치·문화적으로도 영향력 있는 곳이었지만, 동시에 사탄의 권좌라 불릴 만큼 우상숭배와 황제 숭배가 극심했던 도시였다. 수많은 신전과 제단이 있었고, 특히 제우스 신전은 12미터 높이로 세워질 만큼 위압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한 황제를 신처럼 섬기는 분위기 속에서 신앙을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척박한 영적 환경 속에서도 버가모 교회는 믿음을 굳게 지켰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칭찬하셨다. 특히 사도 바울 이후에 세워진 이 교회를 이끌던 지도자 안디바가 황제 숭배를 거부하다 순교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성도들은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죽음을 무릅쓰고 신앙을 붙든 그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도전을 주는 본이 된다. 외적인 박해 앞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한 분명한 믿음이 있는 버가모 교회의 성도들이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 교회를 책망하시기도 하셨다. 그 이유는 외부의 박해가 아닌, 내부의 타협 때문이었다. 교회 안에 발람의 교훈과 니골라당의 가르침이 스며들었고, 성도들은 점차 죄와 세상의 가치관에 타협하기 시작하였다. 외부의 고난은 잘 견뎠지만, 내부의 교묘한 유혹 앞에서는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겉으로는 경건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세상과 적당히 어울리며 신앙의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발람의 교훈은 물질과 음란의 유혹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전략이었다. 니골라당의 가르침은 ‘영혼만 중요하다’는 왜곡된 교리로 도덕과 거룩함을 무너뜨리는 이단 사상이었다. 이는 오늘날 “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로 포장된 세속적 타협과 닮아있다. 오늘날 교회 안에도 진리와 거룩에 대한 기준을 흐리게 만드는 말들과 태도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예수님의 경고는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타협에 대해 회개하라고 분명히 명령하신다. 회개하지 않으면, 예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의 검으로 심판하시겠다고 경고하신다. 그러나 동시에, 회개하고 믿음으로 다시 서는 자에게는 감추었던 만나와 흰 돌, 곧 생명의 은혜와 승리의 상급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 하나님의 경고는 심판을 위한 외침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초청이기도 하다. 회개는 단지 책망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과 다시 연결되는 은혜의 길이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나의 신앙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하나님의 말씀인가, 아니면 나의 감정과 생각인가? 성경은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마음이라”(렘 17:9)고 말한다. 부패한 마음을 기준 삼아 살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의 기준을 흐리게 만들지만, 변하지 않는 기준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뿐이다.

 버가모 교회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믿음을 지키고, 타협하지 말라.” 혹시 세상과 타협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지금 회개해야 한다. 주님은 회개하는 자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며, 다시 회복시키시는 분이시다. 신앙의 길은 때로 좁고 험할지라도, 말씀을 붙들고 끝까지 믿음을 지키는 자에게 주님은 하늘의 상급과 위로를 예비하고 계신다.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 삼아, 타협하지 않는 믿음으로 굳건히 서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장진명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