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왜 자신이 남자 여자임을 거부하는가
젠더 이슈 똑바로 알기 <13>
젠더주장자들은 트랜스젠더도 동성애처럼 타고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는 설문조사에서 트랜스젠더들이 어려서부터 젠더불일치를 경험했음을 “기억한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관적 기억은 과학적 근거가 되기 어렵다. 어릴 때 반대 성의 역할이나 표현을 하던 아이나 청소년은 거의 모두 사춘기를 지나면서 생물학적 성의 정체성으로 되돌아온다.
트랜스젠더가 유전된다든지 뇌 구조적으로 타고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를 증명하는 연구는 아직 없다. 이는 동성애 유전성에 대한 연구와 같은 상황이다. 한편 젠더가 정의상 사회구성적이라면 트랜스젠더가 타고난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처럼 들린다.
생물학적 원인이 아니라면 남은 것은 정신·사회적 원인이다. 정신·사회적 문제는 결국 인격발달의 문제이다. 인격 형성은 개인의 마음과 사회와의 상호작용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부모가 그 사회를 대표해 자식을 양육한다. 일부러 자식을 반대 성으로 양육하는 부모가 있을까.
그런데 그렇게 양육 받은 사람 중에 왜 자신의 타고난 성을 거부하고 반대의 성이라고 느끼고 반대이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프로이트의 정신성 발달 이론에 의하면 남근기(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시기)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교하면서 자신의 몸에 대해서 알게 되고 남자아이는 자신과 아버지가 같다는(identical) 것을 알고 아버지를 동일시(identification)하고 닮아간다. 같은 식으로 여자아이는 어머니를 동일시한다. 이 동일시로부터 개인의 성적 정체성(identity) 형성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어떤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동일시 과정에 장애가 오게 되므로 정체성 형성에 문제가 생긴다.
트라우마도 문제지만 그 트라우마를 받아들이는 개인의 감수성도 문제다. 즉 소아가 너무 감수성(신경)이 예민한 경우 사소한 트라우마도 큰 트라우마로 지각돼 예상밖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모든 인간관계는 상호적이다. ‘너와 나’의 상호작용이 문제인 것이다. 부모·자식 관계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아기가 내내 울다가도 어쩌다 방긋 웃으면 어머니의 모든 갈등은 눈 녹듯 사라진다.
여하튼 최종적으로 어릴 때 심각한 고민이 있으면 그 어린이는 차라리 다른 사람이 돼 버리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할 수 있다. ‘이 몸이 새라면 날아가리’ 하는 노래가 이런 소아기적 공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 고민 중에 자신의 육체적 모습이나 외모에 불만이 있으며, 또는 그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인기가 없거나 괴롭힘이 있으면, 남자 또는 여자로서의 신체상(body image)에 불만을 느낀다. 그러면 다른 성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들이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딸로 태어난 사람은 자신이 아들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공상을 할 수 있다. 어릴 때 부모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현재 부모가 자기 친부모가 아니라는 공상을 할 수 있다. 가족 정체성의 혼란인 것이다.
이런 정체성 혼란의 문제는 여러 가지다. 여러 정체성 문제는 나란히 인격발달에서 중요한 위기들과 관련된다. 다른 정체성이란 가족(가문) 정체성, 다니는 학교의 학생으로서의 정체성, 누군가의 친구라는 정체성, 장차 어떤 직업을 가질까 하는 직업 정체성, 크리스천이라는 종교 정체성, 대한민국의 애국적 시민이라는 국민 정체성 등이 있다.
그런 정체성 혼란의 연장선상에서 성정체성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이차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에 이르면 남자로서 또는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고 느끼거나 인기가 없다고 느낄 수 있다. 또는 성적 괴롭힘을 당하면 차라리 다른 성이었으면 하고 바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아·청소년은 그런 고민과 공상과 트라우마가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이겨낸다. 또한 부모와 가족과 학교와 사회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타고난 성과 일치시켜 성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 따라서 소아·청소년기의 정체성 교육(경험)이 중요하다.
장성하면 어릴 때 일을 잊어버린다. 크리스천은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하며 하나님께서 주신 자신의 성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민성길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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