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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남주 (2) 가산 탕진 아버지는 머슴살이… 어머니는 친정으로
최강인 2015-07-18 추천 0 댓글 0 조회 233

[역경의 열매] 김남주 (2)

가산 탕진 아버지는 머슴살이… 어머니는 친정으로

대목수 할아버지 유산 날려버린 부친… 온 가족, 뜻밖의 역경에 뿔뿔이 흩어져

 
[역경의 열매] 김남주 (2) 가산 탕진 아버지는 머슴살이… 어머니는 친정으로 기사의 사진
김남주 총장이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전남 장흥군 관산면 닥실마을. 관산면은 서울의 정남쪽을 뜻하는 정남진이 있는 곳으로 지금은 읍으로 승격했다.
내 고향은 한반도 남단의 ‘정남진’으로 불리는 전남 장흥군 관산면의 지정2구 닥실마을이다. 임권택 감독이 영화 천년학을 촬영한 천관산이 멀지 않은 곳으로 지금은 면에서 읍으로 승격했다.

나는 1949년 11월 3일 아버지 김동성, 어머니 이채님 사이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내가 돌도 지나지 않았을 때 우리 민족의 비극이었던 6·25전쟁이 일어났다. 할아버지는 대목수여서 면소재지 학교건물도 건축하는 등 수입이 좋았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큰아버지와 아버지 형제가 오순도순 살라고 다섯 칸 겹집을 나란히 짓고 논과 밭을 넉넉하게 마련해준 뒤 황소도 한 마리씩 줬다. 

아버지는 국악을 좋아한 분이었다. 남도 소리에 능한 소리꾼이었고 농악 때는 장구를 치며 흥을 돋웠다. 그러다 면소재지에 드나들면서 면장이나 유지들과 어울려 소리를 하게 됐고 큰아버지와 함께 노름에 빠져들었다. 가세도 점차 기울어갔다. 아버지는 어른들의 정혼으로 닥실에서 6㎞ 정도 떨어진 삼산(산동)이라는 곳의 처녀와 결혼을 했다. 신부가 마음에 안 든다고 2년을 안 볼 정도로 멀리해서 나는 한참을 지나서야 태어났다.

내가 네 살 때쯤 예쁜 여동생이 태어났다. 이름을 은자라 했다. 백일쯤 됐을 때 소스라치게 울다가 벌벌 떨더니 숨을 못 쉬고 죽은 것 같았다. 어머니는 물을 입에 머금고 조그만 채를 들고 얼굴에다 뿜어댔다. 그래도 깨어나지 않자 한밤중에 급히 뒷산 넘어 산쟁이라는 동네에 어떤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그 할아버지가 이런저런 방법을 썼지만 동생은 결국 죽고 말았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놀라 몰려든 동네 사람들과 친척들로 집은 울음바다였다. 어린 나이에 처음 죽음을 목격한 나는 무섭기만 했다. 어른들은 동생의 시신에 흰옷을 입히더니 작은 옹기 두개와 곡괭이, 삽을 준비하고 서산봉 골짜기로 갔다. 어린 나도 큰아버지의 등에 업혀 같이 갔다. 땅을 파더니 시신을 두 옹기 속에 맞춰 넣고 돌을 쌓아올려 돌무덤을 만들었다. 당시 남도에서는 어린아이가 죽으면 돌무덤을 만들던 관습이 있었다. 모두 울기 시작했다. 나도 울었다. ‘저게 무엇인가.’ ‘왜 저렇게 하는가.’ 집에 돌아오니 온 식구가 울어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동네 서당에서 천자문을 배웠다. 조금 남은 논과 밭에서 일하시는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메뚜기 개구리 송사리 올챙이 등을 잡으면서 재미있게 지내다 또래 아이들과 함께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집에서 4㎞ 정도 거리에 있는 관산초등학교였다. 여선생님이 담임이었다. 입학식 때 면장, 지서장, 장학관, 교장, 선생님들이 앞에 서 있었는데 처음 본 지서장의 금테 두른 경찰 모자와 계급장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지서장이 이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사람인 줄 알고 어른이 되면 지서장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시골 동네에서만 뛰놀다가 면소재지의 학교에 오니 모든 것이 새로웠다. 그러나 면 위에 군이 있고 도가 있고 국가가 있으며 지구가 있고 각 나라와 세계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학교생활은 재미있었지만 공부에는 재미가 붙지 않았다. 하지만 운동회 때면 달리기는 꼭 1등을 해서 상품으로 공책 3권을 타오곤 했다.

3학년에 올라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부모님이 갑자기 짐을 싸라고 했다. 아버지의 노름 빚 때문에 집까지 날리고 살림이 파탄 난 것이었다. 어머니는 친정 동네로 가고 아버지는 멀리 남의 집 머슴살이를 떠나야 했다. 나는 낯선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날마다 고향 쪽 산을 바라보며 ‘엄마, 엄마’ 하고 부르며 울고 또 울었다. 

정리=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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