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참된 소망, 곧 영원한 소망을 주시기 위하여 이 땅에 오셨다. 헛된 소망을 붙들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찾아오사, 진정한 소망이 무엇인지를 알리기 위해 이 땅 가운데 임하신 것이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예루살렘 성전 곁, 양문 옆에 위치한 ‘베데스다’라 불리는 곳으로 가신다. 이곳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저수지로, ‘은혜의 집’ 혹은 ‘자비의 집’이라는 뜻을 지닌다. 그러나 그 이름과는 달리, 그곳에는 실제 은혜도, 자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에는 “가끔 천사가 내려와 물을 움직이게 할 때, 가장 먼저 들어가는 자는 어떤 병이든 낫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었다. 이러한 소문으로 인해 수많은 병자들이 연못 주변에 몰려들었으나, 그것은 사실 여부도 불분명한 헛된 소망에 불과하였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먼저 들어가야만 낫는다는 조건은 결국 병자들 간의 경쟁을 유발할 뿐이었다.

  예수께서는 그 베데스다로 가셔서 많은 병자들 중 한 사람, 곧 38년 된 병자에게 다가가신다. 그는 너무나 오랜 세월 병 가운데 살아온 자로서, 스스로 소망조차 가질 수 없는 철저한 절망 속에 있었다. 예수님의 은혜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자였기에, 주님께서 친히 그를 찾아가신 것이다.

  다른 병자들은 병명이 기록되어 있으나, 이 사람은 병의 ‘기간’이 언급된다. 이는 그의 고통과 절망이 얼마나 깊고 장기적이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본문은 또한 맹인, 다리 저는 자, 혈기 마른 자들이 있었음을 기록한다. 그들은 아직도 자신의 힘으로 연못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붙잡고 있었던 자들이었다. 그러나 이 병자는 “나를 물에 넣어줄 사람이 없습니다”라며 철저히 무기력한 상태에 있음을 고백한다.

  오늘날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무언가를 이루려 하나, 헛된 소망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것은 참 소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지 못하게 할 뿐이다.

  예수께서는 그 병자에게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고 말씀하셨고, 그는 곧 나아 자리를 들고 걸어갔다. 참 소망이신 예수께서 오시자, 은혜 없던 베데스다는 진정한 ‘은혜의 집’이 되었다. 예수께서는 그를 절망의 자리에서 일으키시고,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가는 삶으로 초대하신 것이다. 그는 후에 성전에서 다시 예수님을 만나게 되고, 이제는 예수님을 증거하는 자로 살아가게 된다.

  죄로 인해 아무런 소망 없이 살아가던 우리에게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찾아오셨다.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며,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지심으로 우리에게 참된 소망을 주셨고, 그로 말미암아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은혜를 기억하며, 참된 소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만을 붙들고 살아가는 자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삶이야말로 진정 복된 임을 알고, 우리의 힘이 아닌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