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산에서 내려오시는 장면으로 본문은 시작된다. 마태복음 5장에서 예수님은 산에 올라가 제자들과 수많은 무리에게 산상수훈을 전하셨다. 큰 은혜가 있었던 시간이었다. 말씀을 마치시고 내려오실 때, 많은 무리가 예수님을 따르게 된다. 그때 한 사람이 등장한다. 바로 나 병환자이다. 나병환자는 예수님 앞에 나아와 엎드려 절한다.

 사실 나병환자는 사람들 앞에 나올 수 없는 자이다. 나병이란 심한 전염성이 있는 피부병으 로, 당시 유대사회에서는 죄와 하나님의 심판'을 상징하는 질병이었다. 나병이 발병하는 순간 부터 그는 철저하게 이스라엘 공동체에서 제외되어야 했으며, 정해진 구역 안에서만 살아야 하 는 존재였다. 만일 이를 어길 경우, 사람들로부터 돌에 맞아 죽는 일도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나병환자는 구걸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자이다. 전염성이 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 나병환자가 예수님 앞에 나아와 절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생명을 건 용기 의 결단이었다. 정말 간절했기에 가능했고, 이분이라면 자신을 고치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 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그는 주여, 원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나이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예수님의 능력을 믿는 고백이다. "가능하시다면"이 아니라 "원하시면"이라는 표현을 통해, 예수님이라면 자신을 고치실 수 있다는 확신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예수님의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예수님의 마음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 는 점이다. "원하시면"이라는 표현은 예수님의 의사를 묻는 말이다. 예수님이 원하지 않으실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의심이 그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께 저주받은 자라는 인식, 하나님도 자신을 버리셨다는 생각, 예수님께서도 자신 같은 나병환자를 고쳐주고 싶어 하실까 하는 자책감이 그를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무너진 마음으로 그는 예수님 앞에 나아온 것이다.

 이때 예수님의 반응은 놀랍다. 예수님께서는 손을 내밀어 그를 만지신다. 원어적으로 보면 "단지다, 껴안다는 뜻을 가진 동사이다. 예수님은 그를 만지심으로써, 당시 올법적으로는 스스로 부정해지시는 행동을 하신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부정을 두려워하지 않으시고, 오 히려 그 부정 가운데로 들어가신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이는 예수님께서 나병환자가 낫기를 원하신다는 뜻이며, 그의 간절한 마음을 알고 계시다는 선언이다. 그 말씀이 선포되자마자 즉 시 그의 나병이 깨끗하게 된다.

 우리 주님은 바로 이런 분이시다. 능력이 있으신 분일 뿐 아니라, 회복을 원하시는 분이시다. 나병환자의 영과 육과 마음을 모두 고쳐주신 분이시다.

 혹시 지금 나병환자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예수님 앞에 나아가면 회복이 있다. 죄 송하고 두렵고 자신 없어도 괜찮다. 주님은 우리의 아픔을 아시고, 우리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 신다. 그분은 우리를 만지시고, 회복시키시는 참된 치유자이시다.

장진명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