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본문] 요한계시록2:8-11 개역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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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서머나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라 처음이며 마지막이요 죽었다가 살아나신 이가 이르시되
9. 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알거니와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 자칭 유대인이라 하는 자들의 비방도 알거니와 실상은 유대인이 아니요 사탄의 회당이라
10. 너는 장차 받을 고난을 두려워하지 말라 볼지어다 마귀가 장차 너희 가운데에서 몇 사람을 옥에 던져 시험을 받게 하리니 너희가 십 일 동안 환난을 받으리라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
11.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 이기는 자는 둘째 사망의 해를 받지 아니하리라
제공: 대한성서공회
서머나는 부유한 항구도시이자 문화적으로 발전된 도시였지만, 황제 숭배에 앞장섰던 도시이기도 하다. 이러한 서머나에 세워진 서머나 교회는 외형적으로는 작고 초라했으며, 환난과 궁핍 속에 놓인 교회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 교회를 책망하지 않으시고, 그들의 고통을 알고 계신다고 말씀하신다.
서머나 교회가 겪은 환난은 황제 숭배를 거부하고 예수님을 주로 고백하는 신앙 때문에 당한 박해였다. 그들이 겪은 궁핍은 그런 믿음을 지킨 대가로 감내해야 했던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의미한다. 상인 조합에 가입하지 못해 생계의 어려움을 겪었고, 유대인들의 고발로 인해 더욱 극심한 핍박을 받아야 했던 교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머나 교회 성도들은 끝까지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고 믿음을 지켰다.
예수님은 이들에게 “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알거니와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라고 말씀하신다. 이는 세상의 평가 기준과는 다른, 하나님의 시선을 보여주는 말씀이다. 외적으로는 가난하고 약해 보일지라도, 하나님 보시기에는 영적으로 풍요로운 자들이었다는 의미다.
주님은 이처럼 고난 속에 있는 서머나 교회를 향해 “죽도록 충성하라”고 권면하신다. 여기서 ‘충성’은 단순한 열심이나 헌신이 아니라,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믿음을 지키는 신실한 믿음의 태도를 뜻한다. 왜냐하면 이 싸움은 단순한 인간과의 갈등이 아닌, 사탄이 배후에 있는 영적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님은 끝까지 믿음을 지킬 것을 명하신다. 또한 이 고난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허락하신 한계 안에서 주어진 시련임을 알려주신다. 고난은 때로 하나님을 더욱 깊이 만나는 통로가 되며, 참된 믿음을 드러내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말씀이 실제로 삶 속에서 역사하는 순간은, 바로 그 고난 속에서 말씀대로 살 수밖에 없을 때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주님은 끝까지 믿음을 지킨 자에게 ‘생명의 면류관’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 이 면류관은 단지 죽은 이후에만 받는 상급이 아니라, 믿음을 따라 살아가는 매 순간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요 보상이다.
결론적으로, 서머나 교회는 눈에 띄는 업적을 남긴 교회는 아니었다. 그러나 고난과 핍박 속에서도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간 교회였다. 주님은 그 점을 귀히 여기시며,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씀하신다. 진정한 믿음이란 모든 상황이 해결된 후 담대히 외치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신음하며 한 걸음씩 내딛는 것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역시 서머나 교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유혹과 영적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대 속에서도 주님을 떠나지 않고 믿음을 지키며, 거룩함과 정결함 가운데 주님을 신뢰하며 살아가는 것이 참된 충성의 길이다.
주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돈 때문에, 명예 때문에, 사람 때문에 믿음을 버리지 말라고 하신다. 하나님께 인생을 걸고, 주님을 존귀히 여기며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삶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을 온전히 신뢰하며, 끝까지 충성함으로 믿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 길이 곧 영광의 길이며, 마침내 ‘생명의 면류관’을 받는 길임을 믿고 나아가자.
장진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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